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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걸 프리뷰: DCU 세계관의 2번째 영화

영화 읽는 사람 2026. 3. 11. 17:03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 | 출연: 밀리 알콕 (카라 조르-엘 / 슈퍼걸), 이브 리들리 (루스예 마리 놀), 제이슨 모모아 (로보), 매티아스 스코에나에르츠 (크렘) 원작: 톰 킹·빌퀴스 에블리 동명 코믹 시리즈 (2021-22) | 각본: 아나 노게이라 미국 개봉일: 2026년 6월 26일 | 제작: DC 스튜디오 / 워너브라더스 | 등급: 미정

 

솔직히 말씀드리면, 슈퍼걸이라는 캐릭터에 그다지 큰 기대를 품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1984년 헬렌 슬레이터 주연 영화는 흥행 참패로 끝났고, CW 드라마 시리즈는 나름의 팬덤을 가졌지만 항상 슈퍼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슈퍼맨 엔딩 장면에서 밀리 알콕이 처음 등장한 순간,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숙취로 비틀거리면서도 눈빛만큼은 서늘했던 그 카라. 이번엔 진짜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카라 조르-엘(밀리 알콕)의 21번째 생일에서 시작됩니다. 지구에서의 삶이 맞지 않아 붉은 태양이 있는 행성들을 떠돌며 술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어린 외계인 루스예(이브 리들리)가 찾아옵니다. 악인 크렘(매티아스 스코에나에르츠)에게 아버지를 잃은 루스예는 슈퍼걸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처음엔 거절하던 카라는 크렘이 직접 선을 넘으면서 그와 함께 우주를 가로지르는 추적에 나섭니다. 여기에 전설의 현상금 사냥꾼 로보(제이슨 모모아)까지 얽히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전작 코믹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액션이 아니라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길을 잃는 카라의 내면 여정입니다. 화끈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어둡고 쓸쓸하고 묵직한 이야기입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 어린 라에냐라를 연기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밀리 알콕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를 들고 왔습니다. 제임스 건이 "슈퍼맨은 어릴 때부터 사랑받으며 자랐지만, 카라는 크립톤의 파편 위에서 크립톤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라고 설명한 것처럼, 이 슈퍼걸은 낙관적이고 발랄한 영웅이 아닙니다. 세상의 진실을 너무 일찍 봐버린 사람 특유의 냉소와 피로감을 가진 캐릭터를 밀리 알콕이 어떻게 소화할지, 예고편만 봐도 이미 답이 보입니다. 크루엘라, 덤 머니로 개성 강한 캐릭터 연출에 능한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과의 조합도 기대를 높입니다. 그리고 로보 역의 제이슨 모모아는 — 이 캐릭터를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슈퍼걸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임스 건의 새 DCU에서 슈퍼맨 다음으로 나오는 두 번째 영화라는 점입니다. 친근하고 따뜻한 슈퍼맨에 이어, 어둡고 날카로운 슈퍼걸로 이어지는 대비가 DCU 전체의 세계관에 입체감을 더해줄 것입니다. 이 영화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한다면, 그가 구상한 8~10년짜리 DCU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반대로 삐끗한다면 갓 시작된 새 DCU의 분위기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 무게감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 기대하게 만듭니다.

 

원작 코믹의 팬이든 아니든, 슈퍼맨 엔딩의 그 짧은 등장만으로도 밀리 알콕의 카라에 이미 마음이 기울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화끈한 여름 블록버스터를 기대한다면 조금 다른 영화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 의외성이 오히려 슈퍼걸이라는 캐릭터를 40년 만에 제대로 복권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