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 출연: 메릴 스트립 (미란다), 앤 해서웨이 (앤디), 에밀리 블런트 (에밀리), 스탠리 투치 (나이젤), 케네스 브래너, 시몬 애슐리, 루시 류 미국 개봉일: 2026년 5월 1일 | 한국 개봉일: 미정 배급: 20세기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 장르: 코미디 드라마
외국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예외입니다. 패션이나 영화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봤을 만큼 대중적인 영화였고,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 프리스틀리는 지금도 '냉정한 보스'의 대명사로 회자됩니다. 그런 영화의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엔 반갑기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20년 뒤에 굳이 왜. 그런데 공개된 예고편이 20년 만에 재회한 미란다와 앤디의 눈빛 교환 하나로 그 걱정을 상당 부분 녹여버렸습니다.
이야기는 20년 후 달라진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패션 미디어 산업이 기울어가는 시대, 런웨이 매거진은 존폐 위기에 처합니다.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잡지를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앤디(앤 해서웨이)를 다시 런웨이로 불러들입니다. 현재 런웨이 피처 에디터로 복귀한 앤디는, 미란다가 럭셔리 웰니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밀리(에밀리 블런트)와 손잡아야 잡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과거의 관계를 하나씩 다시 꺼내 들기 시작합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종이 잡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소재가 현실적으로 와닿으면서, 단순한 향수 영화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완성된 캐릭터들의 귀환입니다.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이 네 배우가 다시 런웨이 사무실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 영화의 절반입니다. 예고편에서 미란다가 앤디를 알아보지 못하는 척하는 장면 하나가 20년 전 그 냉랭하고 유머러스한 관계를 그대로 되살려 놓았습니다. 1편에서는 조연에 가까웠던 에밀리 블런트가 이번엔 핵심 축으로 올라선다는 점도 반갑습니다. 공식 예고편이 24시간 만에 2억 2000만 뷰를 기록하며 스튜디오 역대 최고 트레일러 조회수를 경신했다는 사실이 이 기대감이 얼마나 전 세계적인지를 보여줍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년 만의 속편이 언제나 반가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사례에서 배웠습니다. 원작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속편이 그 기억을 건드렸을 때 받는 실망감도 크기 마련입니다. 1편이 워낙 단단하게 마무리된 영화였기 때문에, 20년 후 이야기를 억지로 이어 붙인 느낌이 들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 모두 처음에는 속편에 난색을 표했다는 사실이,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 고민의 무게가 완성된 영화에서도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결국 선택은 뻔합니다. 20년 전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그게 전부예요"라고 내뱉던 그 서늘한 목소리가 다시 극장을 울릴 때, 그 자리에 있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 개봉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개봉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며 4월을 기다릴 생각입니다.